제목에 관해 여러 해석이 많지만 이 리뷰에서는 편의상 다카포로 표기하겠습니다.
신 극장판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종지부인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다카포가 국내에 개봉하였다. 2022년 10월 5일에서 2022년 10월 16일까지 CGV와 씨네Q 극장에서 2주간 상영하였다.
일본에서는 작년인 2021년 3월8일에 극장에서 이미 개봉하였고 그 후 아마존 프라임에 동시 공개되어서 국내 극장 개봉은 어려울 줄 알았지만 한국 DVD, 블루레이 디스크(BD) 퍼블리셔인 미라지 엔터테인먼트의 추진으로 국내에서 개봉이 확정되었다.
리뷰
다카포는 일본에선 개봉한지 이미 1년이 넘었고, 아마존 프라임으로도 풀렸기 때문에 에바에 원래 관심이 있었던 분이라면 대부분의 분들이 이 작품의 결말을 이미 알고 계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에반게리온을 정말 좋아하는 팬 중 하나이기에, 결말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극장에 가서 시청하였다.
총 평 부터 말하자면, 원하지 않은 졸업식. 포스터 부터 안녕, 모든 에반게리온이라 써 있듯이, 이 작품의 의의는 신 극장판 에반게리온 4부작의 완결편이자 더 이상 에반게리온은 없다는 작별인사이다. 그에 걸맞게 여부를 남길 것 없이 에반게리온의 모든걸 끝내버렸지만, 아름다운 작별보다 허무함과 아쉬움이 더 남는, 감독 혼자만의 졸업식이 다카포라 볼 수 있겠다.
물론 이 평가는 굉장히 주관적이고, 본 사람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아주 크게 갈리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봐주길 바란다.
장점
총 평에선 굉장히 비관적으로 말했지만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전체적으로 뛰어난 비주얼과 퀄리티, 무엇보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 고유의 연출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구작인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 대한 오마주도 까매오 처럼 나와있어서 구작과의 비교점, 차이점을 찾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하나의 재미요소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는 해결 하지 못했던 안타까운 인물들의 갈등을 다카포에서 해소 시켜줬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신지와 겐도와의 부자관계를 볼 수 있다. 이 부자는 구작에서 결말에 다다르기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고, 이 잘못된 관계는 결국 결말에서 신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는데 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다카포에 와선 드디어 둘이 터놓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만들어졌다. 더불어 구작에선 알기 힘들었던, 겐도가 왜 유이에게 그렇게까지 집착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나와서 겐도라는 캐릭터에 대해 전보다 이해하기 쉬워졌다. 다만 각각의 문제를 해소하는 방식이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 것 같지만, 구작에서 해결하지 못한 캐릭터들의 문제를 해결해줌으로서 팬들이 원했던 부분을 해소 시켜주었다는 점에서 칭찬을 주고 싶다.
다카포는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시리즈의 완결편이자 종지부이다. 무엇보다 한번 완결이 났었던 작품이니만큼 구작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었을 것이고 신 에반게리온 시리즈에선 구작과는 다른 큰 차이점을 보여주어야 했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전에 과격한 방법으로 전했던 주제를 좀 더 온순하게 풀어내었다. 그렇기에 전작에 있었던 과격하고 파격적이던 면모는 많이 줄었지만 그렇기에 에반게리온이란 작품만이 느낄수 있는 더 극적이고 희망적인 메세지와 결말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외적으로 감독의 성향을 생각했을 때 결말이 나오기까지 엄청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을 것이다. 실제로 다카포와 Q 사이 9년 동안의 공백이 있었기도 했고, 그렇기에 신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완결은 감독인 안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품에 완결을 낸 것이 장점이라 얘기하기도 애매하긴 하지만 에반게리온이 가지고 있는 졸업의 의미, 끝의 의미는 작품 자체에서도 의미가 크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장점이라 생각한다.
단점
전작에 완전히 해결 못한 남겨진 떡밥들을 결국 해결하지 못한 채 내버려 두었고, 오히려 중요한 장면을 연출할 때 필요한 설정들을 그때그때 추가하여 장면의 명분을 급급하게 만드려는 느낌이 들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전제를 깔고 가려고 한다.나는 일부의 경우 작품에 풀어놓은 복선, 떡밥들을 다 회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완전히 해결하지 않음으로서 작품의 감상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례로 멀리가지 않고 당장 구작인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는 이걸 이용해 일부로 사도의 설정을 구체적으로 하지 않은채 시청자들이 이 미완된 설정을 각자의 상상으로 보충할 수 있게 열어두었다. 물론 너무 복선만 늘여놓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문제는 다카포에서 보여주려 했던 장면들이 복선을 뒤로하고서도 보여주어야 될 의미가 있었던 장면인가? 이다. 개연성의 문제이기도 한데, 후반부에 가면 Q에서 나온 포스 임팩트에 이어 에디셔널 임팩트 등등 마지막엔 네온 제네시스의 기술이 나오며 에바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 세상을 바꿔놓는다. 이 부분에서 전에 아무런 언급이 없던 설정들을 마구 꺼내어 전개에 끼워 맞추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감독에게 작품에 꼭 필요한 장면을 연출한다 하면 약간의 개연성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조금의 개연성을 포기하는 것으로 통해 더 큰 의미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카포에서는 이런 개연성을 무시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했음에도 크게 와닿은 것이 없었다. 아무리 비주얼이 뛰어나다 해도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겠고 오히려 꼭 개연성을 무시해야 했는지 의문을 표시하게 만든다.
두번째로 캐릭터들의 붕괴이다. 전에 말했던 단점과 이어지는 부분인데, 결국 이렇게 된 원인은 급격하게 변하고 휘몰하치는 작품속에서 캐릭터들의 서사를 제대로 풀어낼 수 없었기 떄문이다. 대부분 이 신극장판 시리즈가 많이 비판을 받고 호불호가 갈리게 된건 파에서 Q로 넘어가는 순간인데, 이 파와 큐 사이의 14년간의 공백이 제대로 풀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변화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채 다카포로 넘어가서는 갑자기 캐릭터의 문제점을 어물쩡하게 해결시켜 버렸으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정보가 제대로 정리될 틈도 없이 끝나버린 셈이다.
아스카의 부모에 대한 애정, 14년간 초호기를 지켰던 레이와의 재회 등등 그리고 제일 논란이 심했던 마지막에 신지를 이끌어주는 사람이 왜 마리인지. 여태까지 Q에서 봐왔던 인물들의 서사를 너무 급하게 완결지었다. 장점 부분에서 인물들의 서사의 해결을 칭찬했었지만, 캐릭터들의 서사를 해결하는 과정까지 칭찬 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 극장판에 많은 인물들이 갖고 있던 서사를 급하게 해소시키려함으로써 설득력이 부족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납득하기 힘든 결과가 나왔다. 그나마 신지와의 갈등을 설득력있게 풀어내어 괜찮은 평을 들은 미사토의 경우도 미사토와 카지의 아들을 자신의 일로 인해 제대로 못 봐주고 방치해버리는 마치 겐도와 같은 일을 저질러버려, 또 다른 비판이 생겨났다.
마리의 캐릭터성의 경우 정말 논란이 많았다. 왜 마지막에 신지를 이끌어주는 사람이 아스카도, 레이도 아닌 접점도 별로 없는 마리여야 하는가? 이다. 캐릭터성 측면에선 첫 등장한 파는 물론이고, Q나 다카포 중반부 까지 신지와 큰 접점이 있다거나 주역으로 나선 적이 없고, 다른 히로인들을 응원하거나 보조하는 서브의 역할에 충실하였다. 이런 캐릭터가 갑자기 결말의 마무리를 신지와 함께 장식한다는 것이 납득하기 힘들수 밖에 없다.
캐릭터를 해석하기에 불충분한 서사 때문에 팬들은 마리를 감독의 아내인 '안노 모요코'라 가정하고 감독인 '안노 히데아키'를 신지에 대입함으로써 안노 모요코의 도움을 받아 에반게리온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는, 감독의 상황을 대입하여 시청자에게 고백하는 장면이라 해석하였다. 하지만 이 해석은 직접 감독이 부정하였다. 주변 가족과 스태프들에게 피해가는 것 만큼은 자제해 달라 공식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으며 오히려 마리의 캐릭터성은 부감독인 츠루마키가 관여를 많이 하였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부 평론가들이나 시청자들이나 자기 작품의 해체에 있어 아무렇게나 거짓말을 할 수 있고, 마리의 캐릭터성에 관해선 츠루마키가 큰 관여를 한 것은 맞으나, 다카포에선 캐릭터의 활용이 안노의 주도권으로 사용되었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에 감독에 주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결국 이 말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문제가 되는 건 마찬가지이다. 이 의견에 대해선 각자의 생각대로 해석하길 바란다.
에디셔널 임팩트가 시작되면서 작품은 메타픽션적인 주제를 띤다. 다만 이 부분도 시청자를 납득시키기엔 너무 남발하는 느낌이 강하며 결국, 감독 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메타픽션적인 요소를 억지로 넣어서 이미 많이 망가져버린 인물들의 서사, 무지한 개연성과 복선에 합쳐져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메타픽션의 요소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작품의 완성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어울리게 첨가하는게 맞다고 본다. 이 작품이 시리즈물 이란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 여태까지 쌓여왔던 모든 것을 푸는 결말을 다루기 때문에 시간도 촉박한데 메타픽션 요소를 넣었다간 오히려 작품의 완성도를 해친다.
결론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에반게리온 다카포의 BD가 다가오는 내년 3월달에 판매가 되고, 그 안에 짧게 파와 Q사이에 공백기를 다루는 애니메이션이 수록될 예정이다. 그 애니메이션이 공개되고 나면 에반게리온 애니메이션은 더 없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총평이 그렇듯 나에게 있어 많이 아쉬운 극장판이었지만, 내 인생의 가치관에 있어 가장 큰 지분을 차한 작품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한 때 에바 신드롬을 일으켜 오타쿠들을 양산했었고, 아직까지도 팬덤이 두터운 작품이다.
구작이 나온 1995년 부터 2020년도인 지금까지 완결이 났어도 꾸준히 논란이 끊임없이 나오는 걸 보면 신지 성우 오가타 메구미의 말인 에바스럽게 끝났다가 어떤 느낌인지 확 와닫는다. 이 표현을 빌려서, 정말 에바스럽게 끝났다는게 내 결론이다. 이대로 정말 졸입인지, 계속일지는 모르지만 다음 에바 관련 소식이 있다면 그때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다.
리뷰엔 포함하지 않았지만, 왜 이런 작품이 되었는지 알려주는 안노 감독의 다큐멘터리 잘 있어 모든 에반게리온 ~안노 히데아키의 1214일~을 보길 권장한다.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러브 '코미디' 보다 '사랑'에 집중한 애니, 부부이상, 연인미만. (0) | 2022.12.28 |
---|---|
사이버 펑크: 엣지러너, 올해 탑 안에 들 넷플릭스 시리즈 (0) | 2022.09.28 |